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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리뷰

광주학동건물붕괴사고와 원폭이야기

삼가 고인들의 명목을 빕니다.

   2021년 6월 9일 오후4시22분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철거중인 건물이 붕괴해 정차중인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안에 있던 승객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정말 충격적인 뉴스영상을 보게 되었다. 건물에서 사람이 몇 명 뛰어오는가 싶더니 이내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엄청난 먼지가 일어나고 지나가던 차량들이 모두 멈춰섰다.  9.11 테러를 처음봤을때가 떠올랐다. 그 때처럼 저게 진짜인가 하고 멍하니 화면만 쳐다봤다.

  이후에 나온 뉴스들에서는 정말 가슴 아픈 내용들이었다. 아들생일상을 보고 돌아오는 60대 어머니, 17세 늦둥이 외아들, 봉사활동 마치고 돌아오던 70대 할머니... 생각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참을 보다보니 버스 바로 뒤에 따라가던 모닝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운전자  기분이 어땠을까? 평생에 써야할 운을 그 날 다 써버린것으로 보인다.

  생사가 찰나에 결정되는걸 보면 정말 산다는게 뭐지 라고 되묻게 된다.


  어릴적에 고모들이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때 일본에 가서 돈벌이를 하셨다. 주로 탄광에서 일해서 돈을 버셨다는데 하루는 볼일이 있어 새벽 일찍 기차를 타야 하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아침을 해드리기 위해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셨는데 그 날따라 갓난 딸 아이가 젓을 물고 놓지 않아 그만 준비가 늦어져 버렸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아침은 방금 지은 따끈한 밥이 아니면 안 드셨던 분이신지라 할머니가 해주신 늦은 식사를 하시고 출발하셨다. 그리고 기차를 놓치셨고 할머니는 엄청 혼나셨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였던가? 그 날은 히로시마에 원폭이 터진 날이었고 할아버지가 가려고 하셨던 곳도 히로시마였다. 그리고 얼마 후 갓난애기는 눈을 감았다. 사람들이 딸목숨과 아버지목숨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죽은애기는 큰고모 바로 위라고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제 때 기차를 타셨다면 나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도 살아있다 사실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란다.